목회서신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 후기

2026년 9월 17일 목요일 · 647호

2004년 7월 31일 토요일, 운남동 주공아파트 4단지 정문 앞 상가 2층에서 교회 창립예배를 드렸습니다. 좁은 예배당은 새 교회의 탄생을 축하하러 오신 분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이튿날, 처음으로 맞은 주일 예배당은 텅 비다시피 했습니다. 소수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극적인 변화는 없었습니다. 교회 앞 아파트를 돌며 전도해 보았지만 열매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생활을 위해 하남성심병원 주사실에서 일했습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수백 명의 환자를 만나고 나면 두 다리가 퉁퉁 부었습니다. 저는 텅 빈 집에서 냉장고 반찬을 꺼내 혼자 밥을 먹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아무도 나오지 않을 새벽을 위해 설교를 준비했습니다.

한번은 전도용 네 컷 만화를 직접 그렸습니다. 수천 장을 인쇄해 막 나누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요즘은 이렇게 전도하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너무 서글퍼서 그 전도지를 모두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렸습니다. 가난한 개척교회 목사가 혹시 도움이라도 청할까 염려했던 걸까요. 만나 주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어쩌다 만나면 “이것을 해보라, 저것을 해보라”는 조언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사람이 있고 예산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 남은 것은 실패감과 절망감, 그리고 열패감이었습니다.

그때 누군가 제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면 어땠을까요. 목회는 목사의 능력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말해 주었다면요. 목사는 본래 ‘목자’(헬라어 포이멘)이니, 하나님이 두신 자리에서 맡기신 영혼을 묵묵히 돌보면 된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말입니다. 제가 해마다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에 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처음 멘토로 섬긴 것이 4년 전입니다. 작년에는 주최 측 사정으로 한 해를 쉬었고, 올해까지 세 번 그 자리에 섰습니다. 해마다 40~50명의 목사님들이 오십니다. 그 얼굴들 가운데 혹시 예전의 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외롭고 지친 채, 열패감 속에서 홀로 버티고 계신 분 말입니다. 그런 분께 "괜찮습니다" 하고 어깨를 두드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작은 희망이라도 건네 드리고 싶었습니다.

올해로 15회를 맞은 이 컨퍼런스는 주제가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교회란 무엇인가, 목사란 무엇인가, 목회란 무엇인가.” 늘 본질을 묻습니다. 기교나 성장 방법을 배우는 자리가 아닙니다. 서로의 힘듦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서로에게 어깨를 빌려주는 자리입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제가 좀 더 일찍 멘티로 이 자리에 왔더라면 어땠을까. 10년 정도 꾸준히 멘토와 관계를 맺고, 1년마다 한 번씩 컨퍼런스에 참석해 잘 가고 있는지 점검받으며 목회했더라면, 22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그래서 참석하시는 목사님들께 이 자리가 그런 곳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목회가 깊어지고, 본질로 돌아가고, 부르심의 자리를 다시 확인하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자꾸만 입증하라고 부추기는 세대 속에서, 존재만으로 충분하다 하시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충분히 만족하며, 감사함으로 산을 내려가는 자리이기를 바랍니다. 올해도 그 자리에 잘 다녀왔습니다.

손희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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