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서신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2026년 9월 29일 화요일 · 649호

가끔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는 행복한가?” 목사로 살아오면서 하나님을 믿고, 매주 말씀을 전하고 기도해 왔지만, 문득 행복의 진짜 의미를 찾을 때가 있습니다. 가슴이 뛰고 설레면 그게 행복일까, 혹은 계획한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이 행복일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가지면 행복한 것일까? 하나님은 이렇게 대답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행복자로다.”(신 33:29) 왜 그럴까요? 왜 나는 행복한 사람일까요?

먼저 저는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하나님을 머리로 아는 것과 인격적으로 만나는 것은 결코 같지 않습니다. 고요한 새벽,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깊은 시름을 주님께는 남김없이 토로할 수 있습니다. 눈앞의 상황이 당장 달라지지 않아도, 눈물로 기도하고 나면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곤 합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을 깊이 알고, 그분과 오늘을 동행한다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제가 가진 것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은 결국 하나님 자신입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또한 예전보다 제 삶에 부어주신 은혜가 더욱 선명하게 보입니다. 한때는 제게 부족한 것만 세기도 했습니다. “왜 이것밖에 없을까?” “왜 나는 이것이 부족할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같은 삶을 바라보면서도 마음속에서 다른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이것을 주셨구나.” 건강도, 가족도, 교회도, 함께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도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족한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부족한 것보다 받은 것이 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행복은 많이 가진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은혜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행복합니다.

그리고 제게는 조금 신기한 변화도 생겼습니다. 제 주변 분들이 잘되면 그렇게 기쁩니다. 사실 마음이 힘들고 메마르면 남의 행복이 불편해집니다. 다른 사람의 성공이 나의 실패처럼 느껴지고, 축하하기보다는 비교하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하나님 나라가 제 안에 자리 잡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변분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어졌습니다. 특히 우리 성도님들이 잘되는 것을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오랫동안 기도했던 성도님의 삶이 회복되고, 믿음이 자라고, 가정에 좋은 일이 생기면 마치 제 일처럼 기쁩니다. 저희 교회 부교역자들이 성도님들에게 칭찬을 받아도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쁨이 어느 순간 제 기쁨이 되어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은혜였습니다. 제 주변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기쁨을 함께 기뻐할 수 있으니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물론 지금도 삶에 어려움은 있습니다. 머리 아픈 일도 있고, 답답한 일도 있습니다. 아무리 기도해도 쉽게 풀리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에도 하나님을 믿을 수 있으니 참 행복합니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행복은 어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을 알고, 받은 은혜가 보이고, 다른 사람의 기쁨을 함께 기뻐하고,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믿을 수 있는 것. 이것이 제게 주어진 행복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주님,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손희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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