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가장한 선물
지난 주일 1부 예배를 마치고 통로를 따라 로비로 나왔습니다. 성도님들과 인사를 나누려고 막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군복을 입은 아들이 아내 뒤에 떡하니 서 있었습니다. 성도님들이 쏟아져 나오니 아는 체할 틈도 없었습니다. 아들은 한참 동안 엄마 뒤에서 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 사이로 아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다섯 달 만에 만난 아들을 그렇게 품에 안았습니다.
몇 번이나 전화로 물었습니다. “언제 휴가 나오니? 추석 전이니, 후니?” 아들은 끝내 날짜를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식 첫 휴가는 추석 이후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일은 엄마의 생일이었습니다. 꽃도 용돈도 드릴 수 없었던 아들은 자신이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을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휴가 이틀을 미리 당겨 쓰기로 하고, 주일에 나와 월요일에 복귀하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일 아침 일찍 위병소를 나와 계룡역에서 기차를 타고, 송정역에서 택시를 타고 교회까지 달려온 것입니다.
아들은 오는 내내 설렜다고 했습니다. 다섯 달 만에 보는 교회와 익숙한 동네 풍경, 그리고 그리운 엄마 아빠를 생각하니 심장이 뛰었다고 했습니다. 혹시 지난 주일, 예배 전에 함께 본 ‘플래시몹’ 영상을 기억하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에 예고 없이 모였다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흩어지는 영상이었습니다. 그날 저는 “오늘 하나님께서 우리 가운데 반짝, 플래시처럼 선물을 주실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 선물이 군대 간 아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날 저녁 온 가족이 오랜만에 완전체로 모였습니다. 아들이 평소 먹고 싶어 했던 식당에서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습니다. 전화로 다 못 나눈 이야기들이 하나둘 풀려나왔습니다. 평범한 식사였지만 참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들을 차에 태워 부대로 데려다주었습니다. 만난 기쁨만큼 보내는 아쉬움도 컸습니다. “추석 지나고 정식으로 휴가 나오면 그때 천천히 이야기하자”고 약속하며 헤어졌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선물은 반드시 크고 오래 머무는 것만 선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플래시처럼, 너무 짧아서 붙잡을 수도 없는 시간이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짧았기에 더 선명하게 기억되고, 갑작스러웠기에 더 깊이 감사하게 됩니다. 지난 주일 하나님께서는 제게 아들을 선물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게 하셨습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동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도, 하나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물을 준비하고 계신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기대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일상 한가운데 언제, 어떤 모습으로 ‘반짝’하고 보내주실지 알 수 없지만, 그분이 주시는 선물을 기쁘게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손희선 목사
